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사람
주보날짜: April 2, 2023
목회자 성명: 최규성 목사
부모님 없이 어릴 적부터 고모 밑에서 자란 한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고모는 조카를 키우느라 시집도 못가고 온갖 고생을 하며 살았습니다. 여학생은 고모가 자기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고모의 잔소리에 반항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집에만 오면 숨이 막히는 답답함을 느꼈고 계속해서 고모와 싸웠고 교회에서 기도할 때면 언제나 고모와 싸운 것 때문에 마음 아파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여학생은‘우리가 죽어야 우리 대신에 예수님이 역사하신다.’라는 설교를 듣고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 순간 “나 대신 예수님이 우리 고모를 만나주시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배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간 학생은 현관의 문고리를 잡고 기도합니다. ‘하나님 저는 고모를 만나 안 싸울 자신이 없습니다. 저 대신 주님이 우리 고모를 만나주세요’기도를 마치고 문을 여는 순간,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 고모가 영락없이 잔소릴 퍼풋기 시작합니다. “너 또 교회 갔다 오는 길이지?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너가 고모 말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니? 그런데 학생은 잔소리를 들으면서 전과는 다른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전 같았으면 대들면서 반항했을 텐데, 그날은 잔소리를 퍼붓는 고모의 얼굴에서 주름살이 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삶의 기쁨도 없이 조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만으로 세월을 살아온 한 여인의 초라하고 지친 얼굴이 있었던 것입니다. 여학생은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자기에게 소리를 질러대는 고모를 끌어 안았습니다.
“고모, 우리 고모 많이 늙었어, 우리 때문에 너무 늙었어..”
예상치도 못했던 조카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가슴에서 오랫동안 응어리져 있던 것이 풀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날 고모와 조카는 서로를 붙들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예수님이 조카를 통해 한 많은 여인의 삶을 치유하고 해방시킨 순간이었습니다.
그 여학생이 자신의 죽음을 선언하고 예수님의 도우심을 청함으로 일어난 역사였습니다. 가정에서 예수님이 함께 계신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은 남편과 아내가 서로 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남편 안에 계신 예수님을 만납니다. 아내가 죽으면 남편이 아내 안에 계신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부모가 죽으면 예수님을 만나고 자신이 죽으면 부모가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따지고 보면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습니다. 우리가 십자가의 죽음으로 인해 내 옆 사람이 예수님을 만날 수 있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